브랜딩의 시대...새로운 CD 체제 부상
2023.02.06 13:54-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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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력 의존의 외형주의 막 내리고 브랜딩의 시대 개막
사업부장, 부문장에 오르는 CD들 패션 사업 전반 주도
코오롱FnC, CD 체제 전환 후 패션 사업 대반전 이뤄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체제가 부상하고 있다. CD가 사업부장·부문장을 맡으며, 성과를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럽과 미주에서 시작된 CD의 개념은 기존 디자인실장과는 크게 다르다. 디자인은 CD가 아우르는 업무 중 하나다. 브랜드 컨셉 설정부터 그에 따른 상품, 매장, VMD,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까지 브랜딩 전반을 아우른다.
국내는 현재 대형사 일부가 본질적인 의미의 CD 체제에 근접해 있다. 대표적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한경애 최고지속가능책임자(부사장), 장정애 W사업부장(상무), 손형오 캐주얼 사업부장(상무), 이지은 CN사업부장(상무), LF의 조보영 ACC부문장(부사장), 김준희 여성 컨템사업부장(전무), LF 계열사 트라이본즈의 이창희 신규사업부장(이사) 등이 있다.
이전에도 여성복 등 일부 업체에 CD가 있었지만, 본질적인 기능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영업·기획 출신이 사업부장·본부장을 맡고 상품·영업·마케팅을 총괄했다. 디자이너는 CD에 올라도 디자인 위주로 관여해왔다.
이마저도 온라인·해외 브랜드들의 영향이 적었던 2010년 중후반까지 영업력을 통한 외형 확장이 중요해지면서, 한섬을 제외하면 디자이너의 영향력은 커지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영업력에 의존하던 시장이 한계를 맞았다. 해외 브랜드와 경쟁 가능한 디자인 전문성, 상품·유통·마케팅 등의 고도화가 중요해졌다. 국내와 달리 해외처럼 전 방위를 아우르는 CD 같은 직책이 필요해졌다.
본래의 CD는 디자인만 통솔하는 직책이 아니다. 브랜드 전반을 총괄한다. 미국 디자이너 톰 포드가 현대적 CD의 의미를 정립했다. 그가 94년 구찌 CD로 부임하면서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케팅 등 전방위로 진두지휘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줬다.
그에 의해 구찌는 노후한 명품에서 벗어나 젊은 층이 환호하는 뉴 명품으로 탈바꿈에 성공한다. 톰 포드가 CD로 재직할 당시 구찌의 매출은 이전 대비 13배로 크게 뛰었다.
코오롱FnC의 경우 이같은 CD의 본질적인 역할을 부여하면서 대반전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디자이너들이 사업부장을 맡으며 전공 분야는 물론 유통·상품·마케팅 전반을 아우르게 됐다.
코오롱FnC의 한경애 부사장은 2020년 전무 시절 부진의 늪에서 헤매던 간판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를 부활시켰다. 배우 김혜자 모델 기용, 솟솟상회 매장 오픈 등을 선보이며 쇄신했다. 지난해에는 30% 신장한 3300억 원을 기록했다. 780억대의 남성 캐주얼 조닝의 강자 ‘시리즈’의 런칭 멤버기도 하다.
이외 이지은 CN사업부장은 ‘이로’의 라이선스를 따와 맨즈를 런칭했고 남성복 ‘캠브리지멤버스’의 고급화를 맡고 있다. 손형오 캐주얼 사업부장은 ‘커스텀멜로우’ 런칭부터 현재까지 디렉팅 중으로 또 다른 브랜드 ‘헨리코튼’과 함께 젊어지기에 총력 중이다. 장정애 W사업부장은 ’슈콤마보니‘, ’럭키슈에뜨‘, ’럭키마르쉐‘ 등을 총괄하며 브랜드 팬덤 키우기에 한창이다. 이 브랜드들은 모두 경쟁 조닝에서 선두에 있거나 상승세를 타고 있다.
LF도 마찬가지다. 조보영 부사장은 액세서리 부문장으로 닥스 액세서리의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재작년 30% 신장을 거두며 핸드백 업계 1위를 재탈환했다. 나머지 질스튜어트와 헤지스 액세서리도 성장시키며, 지난해 3개 브랜드를 합해 2600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달에는 김준희 전무를 영입하고 사업부장을 맡겼다. 아이디룩의 마쥬, 산드로, 아페쎄를 거친 김준희 여성 컨템 사업부장은 바네사브루노아떼, 질스튜어트뉴욕 등을 담당한다. 트라이본즈는 최근 이창희 이사를 신규사업부장으로 발령, 기존 직책인 닥스 셔츠 CD와 겸직하게 했다. 이창희 이사는 맞춤 셔츠 플랫폼 '셔츠스펙터'와 신규 브랜드 사업을 총괄한다.
코오롱FnC와 LF의 지난해 1~3분기 누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25%, 13% 성장한 8200억, 1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직수입 브랜드가 아닌, 라이선스·토종 브랜드가 견인한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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