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적(主敵) 된 중국발 이커머스, 한국은 '우왕좌왕'
2024.06.07 07:41-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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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유럽, 자국 유통 보호 위해 강력 규제 마련
‘중국이 불황을 수출한다’... 경제 안보 논리 전면에
한국은 ‘소비자 안전’ 차원 접근... 졸속행정 비판
[어패럴뉴스 이종석 기자] 정부가 지난 16일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품목의 해외 직구 금지 등을 추진하다 철회한 가운데,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해외 직구 금지는 국무조정실 산하의 해외직구 종합대책 TF팀이 알리·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에 대응하고, 국내 산업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놓은 규제안이다.
규제안은 KC 인증을 받지 못한 어린이 제품(34개), 전기・생활 용품(34개)와 생활화학 제품(12개) 등 총 80개 물품의 해외 직구 금지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소비자와 유통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사흘 만에 철회됐다.
중국 이커머스 뿐 아니라 아마존, 이베이부터 개인 간 거래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한 점, 세계 주요국과 상호 인증이 되지 않는 KC 인증과 인증 절차의 비효율성 및 과도한 비용 등이 논란이 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 직구는 급속도로 커지며 주목받는 시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해외 직구 규모는 전년 대비 26.9% 늘어난 6조7,567억 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직구액은 1조647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품목별 비중은 의류 및 패션(45.7%), 음·식료품(22.2%), 가전·전자·통신기기(6.3%), 생활·자동차용품(6.2%), 화장품(4.8%), 스포츠·레저용품(3.8%) 순이다.
국가별로는 중국 비중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해외 직구에서 중국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8.7%로 미국(27.5%)을 넘어 1위에 올랐다. 올 1분기 비중은 57%로 절반을 넘겼다. 쉬인, 테무, 알리 등 중국의 초저가 대물량 플랫폼들의 진출이 크게 영향을 크게 미쳤다.
우리 정부가 정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늦은 편이고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유통 업체 등에 생산 지원금을 보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국의 불황을 수출한다’는 인식이 이미 수년 전부터 퍼져 왔다.
중국의 저가, 대물량 플랫폼이 자국의 유통망을 잠식, 장기적으로 일자리 감소 등의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면서, 소위 ‘경제 안보’라는 개념에 따라, 다소 무리해 보이는 규제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직구 무관세 혜택에서 중국, 러시아를 제외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얼 블루머나워 민주당 하원의원은 중국 이커머스를 관세법상 ‘최소 기준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 미정부는 중국 이커머스에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적용해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 3월 패스트 패션 의류에 대해 환경부담금을 부과하고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의 ‘패스트 패션 제한법’을 통과시켰다. 패스트 패션의 대표주자로 부상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행 시기는 2025년으로 제품당 5유로(약 7,300원)의 부담금이 부과된다.
같은 시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알리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DSA는 불법 콘텐츠를 유통한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DSA는 위반 업체에 대해 글로벌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3일 소관 부처가 직접 선별해 안정성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조사, 관리 시스템을 바꾸는 것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관세청, 서울시 등 일부 기관만 직구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하지 않고, 제품별로 부처 배분을 진행해 유해 제품 차단조사를 체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어린이 제품과 전기·생활용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생활화학제품은 환경부가, 의약외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맡는 식이다.
그러나 어린이와 노약자 등 국민 안전을 보장하고자 정부가 관세법에 근거해 다음 달부터 불법·위해 물품으로 확인된 해외 직구 제품의 반입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은 애초 발표대로 이행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기존 기준과 다른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주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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