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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상륙한 ‘쉬인’, 혁신인가 퇴보인가
    2024.07.17 14:09
    • 작성자 관리자
    • 조회 159
    쉬인 성수 팝업스토어 이미지
     

    한국 사이트 4월 개장... 6일 성수동 팝업스토어 오픈

    세계 8억 명이 사용하는 연 매출 60조의 패션 앱

    한편에서 ‘혁신’ 추앙... 다른 쪽은 ‘쓰레기 패션’ 비판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2004년 ‘유니클로’가 명동 1호점을 오픈하고, 4년 후인 2008년 ‘자라’가 코엑스몰 1호점을 열었을 당시, 국내 패션 업계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그 파장을 지켜봤다. 저성장이 시작된 내수 패션 한쪽에서는 이제 ‘다 죽었다’는 반응이었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우리 소비자들은 자라에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불안을 눌렀다.

    제조/유통 일괄형 패션, SPA. 2000년대 패션 산업 혁신의 주인공은 국내 패션을 다 죽이지는 않았지만, 소비 패턴이 크게 바뀌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 SPA에 디지털 판매 기술과 생산, 물류 혁신을 더한 새로운 주인공이 2024년 한국에 상륙한다. 바로 중국의 쉬인(대표 쉬양텐)이다.

    ​‘쉬인’은 8일부터 14일까지, 성수역 4번 출구 인근에서 한국 진출을 알리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2022년 12월 한국 법인 설립, 2023년 8월 SNS 마케팅 개시, 그리고 올 4월 한국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국내 패션 디자이너 및 업체들과의 협업을 도모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가장 긴장한 쪽은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의 플랫폼 업체들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과거 2000년대 초반 ‘자라’ 진출 당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과연 무조건 ‘싼’ 것이 이 시대 소비자를 위하는 절대 명제인가, 혁신의 결과가 쉽게 버려져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라면, 그것을 혁신이라 할 수 있을까.

    중국의 강력한 공급망과 물류 혁신

    서울에서 주문하면 5일 만에 배송

    2012년 중국 난징에서 출발한 쉬인은 5달러 스커트, 9달러 청바지로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10대들을 사로잡았다. 현재 쉬인의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전 세계 8억3천만 건에 달하고, 중국을 제외한 15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60조7천억, 순이익은 20억 달러(2조 7천억)로 자라와 H&M을 넘어섰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오는 2025년 쉬인 매출이 585억 달러를 넘어, 자라와 H&M을 합친 것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 상장이 어려워진 쉬인은 영국으로, 최근에는 홍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가치 88조(500억 파운드)를 목표로 런던 증시 상장을 신청했는데, 이는 런던 증시 10년 만의 최대 규모 IPO다. 쉬양텐 CEO는 투자자 압력과 회사 성장 둔화 우려 등을 이유로 연내 IPO 완료를 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국내에서의 영향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알리와 테무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MAU, 한 달에 한 번 이상 앱 사용)는 각각 630만, 648만에 달한다. 알리는 작년 5월 386만에서 1년 새 2배. 지난 5월 쉬인은 66만 명이다.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쉬인은 본사 인근 수천 개의 판매자 및 제조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생산 공급망 덕분에 다양한 상품을 더욱 저렴하게 빨리 제공할 수 있었다.

    ​특히 데이터 기반으로 기획, 디자인부터 제조 유통까지 3주 정도가 소요되는데, 수요 예측을 통해 소량으로 만든 다음, 잘 팔리면 해당 상품을 추가 제작하는 방식이다.

    쉬인 홈페이지
     

    ‘중국산 저가’라는 강력한 벽... 상장 여부가 분기점

    상장 앞두고 가격 인상, 제3자 마켓플레이스 오픈

    지난 1월 어센틱브랜즈그룹의 CEO인 제이미 솔터가 ICR컨퍼런스에서 ‘포에버21을 인수한 것이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큰 실수’라고 말한 것이 보도됐다. 그는 쉬인과 테무의 위협을 초기에 인지하지 못한 것이 큰 잘못이라고 털어놨다. 쉬인과 포에버21의 경쟁을 아이폰과 2000년도 모바일폰의 경쟁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쉬인의 도약에는 많은 성공 요인이 있지만,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혁신적인 상품 공급과 SNS 마케팅, 탁월한 현지화 사용자 경험 등이 꼽힌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중국산 저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브라질에 이어 미국에서 아마존과 같은 마켓플레이스를 런칭한 것도 유명 브랜드를 입점시켜 이러한 인식을 넘어서기 위한 복안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엄선된 브랜드들과의 콜라보, 패션 의류 뿐 아니라, 가전, 스마트홈, 리빙 카테고리의 제3자 판매도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큰 걸림돌이 존재한다. 나이키 에어 조던 등 모조품 범람이 지속적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신장 위구르 강제 노동 사용, 세금 회피 등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쉬인은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패션의 지속 가능성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작년 6월 파리 깡봉 거리에서 신진 디자이너들과의 패션쇼도 열었다. 세금 회피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공법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 도처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중국으로부터의 직접 배송을 줄이는가 하면, 멕시코에 공장을 세워 자유무역 협정에 의한 관세 혜택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상장을 앞두고 가격을 인상, 고급화와 이익 개선을 시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련되기로 유명한 한국의 젠지가 얼마나 화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국제 사회는 왜 ‘쉬인’을 이토록 두려워할까

     

    중국의 대물량 공세에 이커머스 궤멸 우려

    더 큰 문제는 자국민 정보의 데이터 유출

    쉬인을 바라보는 국제 사회의 속내는 미묘하고 복잡하며, 동시에 위선적이다.

    ​이들은 크게 경제 안보, 데이터 주도권, 친환경 이슈를 앞세워 ‘쉬인’을 공공의 적으로 설정하고, 각종 규제를 통해 압박하고 있다. 친환경 이슈나 세금 회피는 사실 핑계에 불과하다. 중국 틱톡의 미국 지분을 넘기라는 미 정부의 압박, 일본의 네이버 라인 지분을 일본 측에 넘기라는 일본 정부의 압박과 본질은 동일하다. 데이터가 곧 권력이 되고 돈이 되는 IT 시대의 주도권 싸움인 것이다.

    ​유럽 27개국의 직물, 의류, 가죽제품 및 신발 제조업 단체들은 쉬인과 테무 등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를 막아달라고 촉구하며, 해당 분야의 150만 개 일자리 보호를 촉구했다.

    ​폴란드 전자 상거래 협회는 보고서에서 쉬인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5달러 티셔츠와 15달러 청바지를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해 쉬인으로부터 사실무근이라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영국, 독일 등의 소매협회는 150유로(영국 135파운드) 미만의 소액 소포에 대해서는 무관세 통관을 허용하는 규정의 보완도 촉구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쉬인, 테무 공세에 자국 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현행 500루피(26.5달러, 원화 36,600원) 소액 소품에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던 법을 고쳐, 45% 관세와 45%의 부가가치세 등 90%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프랑스 하원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패스트 패션의 광고를 금지하고, 판매 아이템에 대해 벌금을 물리는 패스트 패션 규제 법안을 의결해 상원에 넘겼다.

    패스트 패션 광고를 금지하고 판매되는 패스트 패션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품목당 5 유로(약 7,000원)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오는 2030년에는 10유로(14,000원)까지 늘린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벌금으로 생기는 수익금은 지속 가능 패션 생산 업체들에 대한 지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미 의회는 중국 기업 쉬인, 테무 등의 관세 회피 수단으로 지목되고 있는 800달러 이상 패키지에 대한 ‘드 미니미스(De Minimis)’의 허점을 보완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