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패션 시장 침체 ‘터널 끝이 안 보인다’
2024.09.25 15:58-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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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 상하이 플래그십스토어 절반 축소
명품 그레이 마켓, 공식 판매 채널 크게 압도
상반기 의류 리테일 시장 성장률 0.8% 그쳐
최근 세계 명품 시장의 빅 뉴스 중 하나는 LVMH그룹 산하의 티파니앤코가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스토어 매장을 절반 크기로 줄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티파니 상하이 매장은 1만2,000평방 피트 규모의 2층짜리 건물로, 상하이 핵심 지구에 자리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매장 중 하나로, LVMH의 중국 내 위용을 상징해 왔다. 이달 중 이 매장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일부 매체들은 티파니가 임대료 인하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LVMH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결단이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중국 명품 경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그널로 풀이하고 있다.
LVMH는 올 상반기 매출이 1% 성장에 그친 가운데, 특히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1분기 –6%, 2분기는 -14%의 역신장을 기록했다. 시계, 주얼리도 -3%로 저조했다.
더 큰 문제는 그레이 마켓(gray market)이 정상적인 판매 채널을 크게 압도하면서 가격 혼란의 현실이 지적됐다.
블룸버그는 중국 명품 컨설팅 기업 리 허브(Re hub)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새로운 진품 제품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그레이 마켓이 중국의 지배적인 전자상거래 공간에서 글로벌 공식 판매 채널을 점점 더 왜소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고급 아웃도어 몽클레르와 캐나다구스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성수기 동안 중국 최대 그레이 마켓 플랫폼인 듀우(Dewu)에서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였다. 그런데 동일 인기 제품의 판매 가격이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의 공식 매장에서는 2.5~15배까지 높은 것으로 비교됐다.
블룸버그는 듀우의 인기 상승이 LVMH, 케어링 등 유럽 기업들의 주가에 부담이 되고 이익률 압박 요인으로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내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고급 제품을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들이 막대한 투자로 구축, 유지해온 유럽 매장들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리 허브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명품 주얼리 제조업체 까르띠에, 반클리프앤아펠도 알리바바 티몰보다 듀우에서 6.8배 더 많은 매출을 일으켰고, 까르띠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54%나 할인된 가격이 적용됐다.
지난 8월 22일 자 조사에서는 정찰 가격 18,200위안(3,347달러)의 까르띠에 반지가 듀우에서 약 66%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같은 날 정찰 가격 29,500위안의 펜디 핸드백은 듀우에서 절반 가격에 판매됐고, 루이비통부터 디올, 구찌, 프라다에 이르는 브랜드 인기 아이템들은 20~40% 낮은 가격에 판매됐다.
블룸버그는 일부 품목의 경우 듀우 가격이 일본과 프랑스 정찰 가격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비교됐는데, 이는 통화 약세와 낮은 세금을 활용하기 위해 여행 중 가격 차익 거래를 하는 것이 중국의 그레이 마켓 성장 스토리의 일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리 허브 보고서를 인용해 그레이 마켓에서 할인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브랜드들이 공식 가격을 인상했거나 리셀러가 브랜드 유통망에 직접 연결되어 더 낮은 가격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명품 브랜드들이 과도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해왔고 수요가 줄자, 재고 처리를 위해 그레이 마켓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붕괴, 높은 실업률 등으로 인한 중국 패션 시장의 침체 장기화 조짐은 일반 대중 의류 시장 부문에서 더욱 심각하다.
중국 국가 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의류 리테일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증가한 5,156억 위안(782억 달러)로 전년 15.5% 성장과 비교해 정체 상태다. 대표적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닝’이 올 성장 전망을 ‘상당 규모에서 안정적 운영과 실용적 개발’로 낮췄고, 유니클로 차이나는 향후 2~3년에 걸쳐 중국에서 적자를 내는 매장을 폐쇄하고 주요 위치에 있는 매장들에 집중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많은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안정적 운영 유지에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이카이 글로벌이 보도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제품보다는 저렴한 옵션을 택하고 있는 추세로 경기 침체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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