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츠컷 청바지 돌아오나…켄드릭 라마가 일으킨 나비효과
2025.03.13 13:48-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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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3,300만 명이 시청한 공연서 입은 패션템 품절 사태
장기간 지속된 와이드 청바지 유행에 마침표 찍을까
“국내 판매 소폭 늘었지만, 대규모 유행 기대 어려워”
[어패럴뉴스 이종석 기자] “이제부터 혁명이 방송될 거야. 당신들은 적절한 때를 택했지만 사람을 잘못 골랐으니까.” 지난달 8일 열린 미국 미식축구 슈퍼볼(결승전) 하프타임 쇼에 등장한 래퍼 켄드릭 라마가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는 흑인 인권 운동가 길 스콧 헤론의 1971년 노래 ‘혁명은 텔레비전에서 중계되지 않을 것이다(T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를 오마주한 말이다. 이 곡은 TV에는 백인들만 나오고 유색인종의 투쟁은 중계되지 않으니, 밖으로 나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켄드릭 라마는 이외에도 흑인이 받아온 억압·차별에 대한 내용을 담아 공연했다. 혁명을 실제로 중계한 셈이다. 이 공연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1억3,350만 명이 시청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패션 업계에서도 이 공연은 화제가 됐다. 마틴 로즈의 재킷, 셀린느의 부츠컷 청바지(플레어진)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 켄드릭 라마의 패션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공연 이후 셀린느의 청바지는 품절됐고, 구글 애널리틱스는 48시간 동안 플레어 청바지에 대한 검색량이 5,000% 급증했다고 밝혔다.

첼린지도 등장했다.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에 맞춰 추는 특유의 스탭이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패러디됐다.
’켄드릭 라마 슈퍼볼 댄스 첼린지’라는 내용의 동영상으로 많은 이들이 부츠컷 팬츠를 입고 그를 따라 한 영상을 올렸다.
이 영향 때문일까. 슈퍼볼 공연 이후 부츠컷(플레어핏) 팬츠의 언급이 늘어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2월 3일부터 3월3일 1달간 부츠컷 팬츠, 플레어핏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6.3%, 173.6% 증가했다.
부츠컷 팬츠는 1970~80년대와 1990년대 말 2000년대 중반에 유행했다. 21세기 초반 ‘디젤’, ‘트루릴리전’ 등의 명성을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이후 팬데믹 기간 20~30대 여성층의 주요 팬츠 실루엣으로 다시 자리 잡았다. Y2K 패션이 재유행하고, 셀린느 등 여러 브랜드가 플레어핏 팬츠를 내놓고, 지난해 웨스턴 트렌드까지 겹친 영향이다. 종전 대비 실루엣은 와이드핏의 영향을 받아 허벅지가 더 널널해진 게 특징이다.
반면, 남성층은 큰 반응은 없었으나 이번 공연을 계기로 20~40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젊은 층을 타깃하거나 온라인 유통 브랜드 중심으로 판매가 올라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대세가 된 와이드 팬츠에 피로감을 느끼는 고객들이 선택하고 있다.

김대한 ‘엘무드’ MD팀장은 “켄드릭 라마로 인해 ‘엘무드’의 시그니처인 플레어핏 팬츠의 수요가 전보다 확실하게 늘었다. 여러 브랜드가 플레어 팬츠를 많이 발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NSR’, ‘WMC’도 마찬가지로 플레어핏 팬츠의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 박소현 ‘이티씨이’ 팀장은 “여성층에 이미 유행 중인 와이드한 세미 부츠컷을 남성들이 올해 많이 시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관계자는 지배적인 트렌드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김경수 LF ‘일꼬르소’ 팀장은 “플레어 데님과 슬랙스의 판매가 소폭 올라왔고, 현재 가장 잘나가는 팬츠가 됐다. 하지만, 경기 영향으로 좀 더 안정적이고 일반적인 디자인이 판매되는 경향이 있어 메가 트렌드로 뜨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언더마이카’를 전개하는 박진철 캄프로그 대표는 “아직까지는 마니아들 위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많은 브랜드들이 올해 플레어핏 팬츠를 출시했고, 켄드릭 라마와 같은 사례도 늘어나면서 심리적 진입 장벽이 점차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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