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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 들어간 홈플러스, 패션업체들 ‘뒤통수 맞았다’
2025.03.25 15:44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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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정산 대금 지급 무기한 연장…업체별로 수억에서 수십억 자금 묶여

3월부터 정산 공표에도 불안감 고조…입점사들, 판매사원 수수료는 지급

대주주 MBK, 실적 떨어지자 알짜 점포 매각…자구 노력 없이 법원行

 

[어패럴뉴스 정민경 기자]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사태로 입점 패션업체들의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0시 3분 새벽 서울회생법원에 급작스레 기업회생절차를 신청, 11시간 만에 통과됐다.

입점 패션업체들은 이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했고, 다음날 별다른 통보도 받지 못했다. 패션업체들은 특약이나 임대 방식으로 계약돼 있는데, 각각 영업일 기준 35일, 30일 이후 판매 대금에서 수수료(20~25%)를 공제하고 정산을 받는다.

즉 1월 대금은 지난 4일(설 연휴로 일자 조정), 5일에 지급되는 일정이다. 정산을 기다리던 업체들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홈플러스 매입부 관계자들 역시 기업회생절차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 같은 사태가 터진 후 이틀이 지나서야 공문을 보냈다.

 

공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월 1일부터 2월 11일까지 대금은 ‘법원 결정 대기’ 사유로 정상화가 되면 지급한다. 2월 12일부터 28일까지 대금은 3월 30일에 50%를, 4월 30일에 나머지 50%를 지급한다. 3월부터는 정상적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1월 매출 정산은 무기한 연장된 셈이다. 업체들은 홈플러스의 변제 계획에 대해 불신하면서도,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법원이 존속 가치를 따져 회생과 청산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기간 동안 홈플러스는 정산금 지급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3사 가운데, 패션 테넌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확대해 온 유통으로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 홈플러스 대부분 점포에 입점해 있는 한 대형 캐주얼 브랜드가 묶인 1월 정산금은 무려 80억 원에 달할 정도다.

홈플러스를 메인 유통 채널로 60~7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복, 아동복 브랜드도 상당수인데, 브랜드에 따라 3억에서 7~8억 원의 정산금이 묶여 있는 상태다. 그중 일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효율 매장을 철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당장 문제는 매장 판매·관리를 맡고 있는 중간관리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다. 중간관리자는 월 판매분에 대한 수수료 방식으로 수익을 취득한다.

주니어 브랜드 ‘소이’, ‘에꼴리에’를 전개 중인 소이어패럴, ‘모이몰른’을 전개 중인 한세엠케이는 일단 회사 자금으로 중간관리자 수수료를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대형마트를 주력 유통으로 두고 있는 여성복 업체들 대부분도 중간관리 수수료는 우선 지급키로 했다. 업체에 따라 50%를 선지급하고, 일부는 100% 지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대주주가 개인 사재를 내놓는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정말 계획대로 정산이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지고, 이자 부담 늘자 알짜 점포 매각

대형마트 15개, SSM 63개 감소…수익성 악화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가 비난받는 이유는 별다른 자구 노력 없이, 바로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경영 부실의 폐해를 협력사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MBK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 하나다. 2015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천억 원에 홈플러스를 사들였는데, 홈플러스가 갖고 있던 기존 차입금 1조2천억 원을 승계한 것을 제외하면 실제 인수 금액은 6조 원이었다.

당시 고가 인수 논란이 있었지만, MBK는 대형마트가 유통업의 주도권을 쥐고 갈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 무리수를 뒀다고 평가받는다. 결과적으로 금리 상승과 이커머스의 성장이 겹치며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MBK는 유통 시장이 온라인 쪽으로 기울고, 차입금 이자 부담이 커지자 자산을 팔기 시작했다. MBK가 인수한 이후 영업이 종료됐거나 종료를 앞둔 점포는 25개, 이 가운데 완전히 폐점한 점포는 14개다. 여기에는 매출 상위권의 경기 안산, 부산 가야점 등이 포함됐다.

그 사이 대형마트는 141개에서 126개로, 슈퍼마켓 체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371개에서 308개로 각각 줄었다.

우량 점포를 팔아치우면서 홈플러스 매출은 급감했고 수익성은 악화됐다.

MBK가 인수할 당시 7조9,334억원(2016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에 달하던 매출액은 10년 만에 6조9,315억원(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으로 12.6% 감소했다.

2016회계연도 기준 3,209억원(영업이익률 4.0%)에 이르던 영업이익 흑자도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에는 1,335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이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3개 회계연도 합산 영업손실액만 5,931억원이다.

법원의 회생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협력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된다. 개시 결정이 이뤄진 후에야 모든 상거래에 대해 정상적인 지급결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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